금완
내가 오래 살아서 그런지 사람보는 눈은 좀 있지. 자네는 왠지 나를 도울 수 있을 것 같은데... 보시다시피 난 노예상이야. 이 일을 해온 지도 벌써 수 십년이 되었네. 돈도 꽤 벌었네만, 최근에 내깃거리의 노름판에 빠져버렸다네.
그동안 모아온 재산을 탕진하고 빚까지 지게 되었지. 하오방은 더 이상 내게서 돈을 받아낼 수 없다는 걸 알고는 내가 해오던 노예상 이권을 가져갔네. 세상 일이란 게 참 재미있는 것 같아. 노예상이었던 내가 노예가 되다니... 허나 오히려 잘된 일인 것 같아. 지금이라도 그동안의 잘못을 깨닫게 되어서 말이야.
아, 지금 감상에 젖어있을 때가 아니지. 내가 하오방 몰래 노예 하나를 도망시켰다네. 자네가 그 아이를 도망칠 수 있게 도와주었으면 해. 지금 추노꾼들이 주변을 수색하고 있으니 추노꾼을 처치해서 시선을 돌려야 해. 그리고 그 아이에게는 추노꾼의 눈을 피할 수 있는 평범한 옷을 전해주어야 하네.